희망봉에서 온 엽서
나와 아프리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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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스 아프리카 | Date 2016-01-07 22:52:27 | hit 3,191 |
90년대 후반, 꽃들도 다 피지 않은 봄
건설회사 엔지니어로 사하라 사막이 흐르는 리비아로 떠났습니다
그곳은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의 오지였지만
사하라 5년은 나의 인생 중 가장 즐거운 나날 중 하나였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인간에게 가장 적대적인 땅이라는 사막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냈다니 말이죠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순간은?
특수상황, 극단에 처했을 때라는 것
나는 사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른 새벽 4륜 랜드 크루저를 몰아 지평선 너머 현장으로 달린 길
해질녘 거대한 사구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
밤이면 별들의 벌판 어딘가로 향하는 낙타를 탄 대상들
그러다 며칠을 쉬지 않고 부는 포악한 모래 폭풍은
코 앞 동료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모래 속에서 모래 밥을 씹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고충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예측불허 자연 앞에 놓여진 외로웠던 시간은
내 마음의 위치가 어디인지?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의 암시를 수시로 보내 주었습니다
그 외로움은 나의 진짜 그리움이 무엇인지 꼭 짚어 주었습니다
고국으로 귀국 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살던 도회지 생활은
두 가지 힘겨룸의 연속이었습니다
나를 부르는 아프리카 힘과, 밖으로 밀쳐내는 도회지의 힘이었습니다
2004년, 가족과 케이프타운으로 건너왔고 택한 길은 여행자 길잡이였습니다
그 곳은 처음 가보는 낯설고 작은 오솔길이었지만 더없이 즐거웠습니다
길가에는 수많은 보물들이 묻혀있었고 시간 지날수록 내가 더 부유해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행자 길잡이 일을 통해 두 가지를 취하고 싶었습니다
하나, 나만의 관점으로 바라본 아프리카 스토리텔링의 창작
둘, 나를 찾아온 고객들을 흘려 보내지 않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창업이었습니다
유의미한 시간들은 쌓여갔고 나만의 콘텐츠가 들어간 여행 직업인으로도 갈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날도 있었지만 매번 다른 사명감으로 사람을 대했습니다
과정을 통해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그만큼 배웠다는 생각은 그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조금은 외로운 때도 있지만 작은 즐거움 가득한 날이 더 많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프리카! 나에겐 그런 곳 입니다.
희망봉에서 김은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