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정원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있었다. 

이탈리아는 피렌체나 로마 근처에 산이 있어 경사면을 단계적으로 층을 나눈 ‘테라스 식’ 정원이 주류였다.

경사지는 정원 파티를 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한 유명한 예술인들은 정원 설계도 하였다.

그 후 이탈리아 정원의 기법은 프랑스나 그 밖의 나라에도 전해졌다.

프랑스는 언덕이 별로 없는 르와르 강 골짜기나 파리 근교의 지세가 평탄하여 ‘평면식 정원’을 꾸미게 된다.

프랑스의 자연 환경으로는 이탈리아식 정원 재현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베르사유의 정원이 전 유럽의 모범으로 전파가 된 것이다.  

그에 비해 영국식은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정원’에서 풍경을 찾으려고 하였다.

파격을 싫어하고 질서와 아늑함을 선호한다.

18세기 전반부터 프랑스식의 인공적이며 평면적인 것에 반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훗날 마리 앙투아네트는 베르사유 정원 한쪽에 영국식 정원을 만들기도 할 정도였다.

영국식은 ‘자연은 직선을 싫어한다’는 기본 사상이 정원 설계에도 깔려 있었던 것이다.

연못이나 폭포, 분수를 배제하고 모양새가 자연 그대로인 나무나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정원에 도입한 것이다.

영국식 정원의 집대성 중 하나가 케이프타운 테이블 마운틴 서쪽 산등성이 마루에 자리한 커스턴보쉬(Kirstenbosch botanical garden) 야외 식물원이다.

528 헥타르의 광대한 공간에 4,500여종 이상의 나무와 꽃 종(種)들이 계절의 값을 어김없이 하는 곳이다.

식물원이 속해 있는 케이프 반도의 식물 종(種)의 수는 단위 면적당 세계에서 으뜸이며 식물 품종들은 18세기 유럽의 식물원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커스턴보쉬 식물원은 영국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인 세실 존 로즈(Cecil John Rhode)의 개인 정원이었으니 

다이아몬드로 축적한 그의 부(富)가 어느 정도 인지 추측이 된다.

영국인들이 미지의 땅을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과정 중 그들만의 방식이 하나 있었다.

탐험가들이 지역 탐사 후 그 지역의 산세나 하천 그리고 다양한 동식물군에 대한 연구목록을 기록한다.

수많은 동식물을 현지로 들여와 연구 과정을 거쳐 원주민과 유대를 다진 후 결국 식민지화 시키는 것이다.

영연방의 나라들에 분포된 동식물군이 유사한 이유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들은 스스로 가드너(gardener)라고 불렀으며 다른 어떤 유럽인 보다 그 의식은 뚜렷하였다.

식민지에 정착 하는 것을 가드닝 (gardening) 이라는 용어로 설명을 하였으며 이는 농장을 운영 한다는 의미와 같았다.

결국 식민지화 하는 절차를 정당화 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였다.

영국 사람들의 가드닝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고도 남 다르다.

집 마당에 얼마 되지 않는 땅 한 쪽만 있어도 정성을 다해 꽃을 심고 가꾼다.

정원 문화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는 영국의 큐 왕립 식물원은 세계 최대의 식물 도서관이라고 한다.

좁은 땅에 살아온 유럽인들에게 광대한 자연의 매력이 넘치는 아프리카에 대한  끌림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었을까.

아프리카는 그들을 반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는 매력의 땅 이었다. 

결국 그 이끌림은 거대하고 순수한 이 대륙을 식민지로 전락 시키는 탐욕을 낳고야 말았다.

겨울 장마가 지나간 케이프타운 8월,

커스텐보쉬 야외 식물원에는 봄 기운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다.

케이프타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