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에서 온 엽서

희망봉에서 온 엽서

추석날 단상
by 땡스 아프리카 | Date 2013-09-20 20:50:19 hit 2,097

이민 올 때 초등학생이던 딸이 대학생이 되었으니 아이에게 명절은 초등학교 시간에 정지해 있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는 어린 시절 집안의 명절 분위기를 잊지 않고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고향과 명절조상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게 해 주는 어른으로서의 역할은 되새김질 이라 생각 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 마다 우리의 가족사를 반복하고 나눕니다.

 

아내는 추석 며칠 전 차례상에 올릴 재료 몇 가지를 장만 하였습니다. 

추석날에는 밥과 국과일야채생선 몇 종류한국에서 보내온 건나물이 올랐습니다.


집에서 만든 팥 떡과 마당에서 따온 분홍색 꽃도 있었습니다.

술은 작년 겨울 지인이 가져온 소주를 따고 차()따르는 주전자에 옮겨 잔을 올렸습니다.

차례 시작 전, 저는 마음으로 고향집과 조상님과 가족을 회상 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 특별한 날에는 허전함과 그리움은 뒤범벅이 됩니다

 

차례를 마치고 저는 우리 집안의 명절 풍경을 나누었습니다

작은 도시에서 휴일 없이 장사를 하셨던 아버지

가게 양철 덧문이 옆 중국집과 나란히 며칠간 굳게 닫히는 날은 오직 추석과 설날 뿐이었습니다.

여섯개 쯤 되었던 양철 함석 덧문에는 흰색 페인트로 번호가 순서대로 매겨져 있었습니다.


명절날아버지는 찾아오는 손님들과 평소보다 더 많은 술을 드시곤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시간은 1년에 몇 번 안되는 부모님에게는 너무도 짧은 휴식이었습니다.


덧문에 별도로 만든 작은 문을 열고 머리를 숙여 나가서 보았던 한산한 명절 거리,

그날 바깥 공기는 지금도 기억 속에 박혀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그곳은 어머니 품 같은 고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더 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차례상에 올랐던 음식으로 아침을 나누고 아이들은 학교로 갔고 저는 고국 가족들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몇년 째 전화로만 명절 기분을 나누지만 오가는 이야기는 변함없이 비슷하고 짧답니다.

서로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은 것은 무뚝뚝한 남자 형제들의 생리 탓도 있겠지만 자주 얼굴을 맞대지 못해 더 그렇습니다.

 

명절이 와도 갈 곳이 없는 저와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우리의 큰 명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역의 바닷가에는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자리 잡은 노천 카페에서 나온 커피는 바닷바람에 이내 식고 있었지만 우리는 고향을 향해 기를 쓰고 찾아갔던 귀성길과 그 시간들을 추억하였습니다.

찾아간 해외만리 바닷가에서라도 우리는 위안을 받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그 바다 어디에도 고향은 없었습니다.  

 

저녁 시간, 아내는 명절이면 엄마가 만들어 주셨다는 부침개가 그립다며 남아있는 나물에 밥을 비벼 먹자 했습니다.

명절 날이면 더 피곤 하셨던 나의 어머니도 아내의 어머니도 그렇게 쉽게 한끼를 때우고 싶었을 것 입니다

저와 아내는 아침 차례상에 올렸던 소주를 나눠 마시며 타향에서의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추석날 나의 살던 고향과 가족 

그 포근포근한 고향 명절 추억을 꺼내 먹었던 하루였습니다.

 

추석날 희망봉에서 김은영 드림  

땡스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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