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에서 온 엽서

희망봉에서 온 엽서

아버지
by 땡스 아프리카 | Date 2014-11-15 03:54:25 hit 2,242

연말과 연초 사이 케이프타운으로 가족과 친구들이 오기로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분주할 것 같아 2014년 올해의 연말 대청소를 앞당겨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장롱을 뒤지는데 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태극기가 있었습니다.

울컥한 마음 밀려 왔습니다.

 

아버지는 아주 작은 시골 농촌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가난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소학교를 마치고 일을 찾아 소도시 여수로 떠나셨습니다.

한 가게의 점원으로 일을 시작하셨지만 주인의 눈에 들어 주인이 은퇴하면서 아버지에게 가게를 넘겨 주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평생 동안 오직 피혁업을 하셨는데 상호가 ‘태극 피혁상사’였습니다.

독립 운동을 하셨던 분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상호를 쓰셨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러셨는지 아버지는 늘 태극기를 소중하게 여기셨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민 오면서 이역에서도 아버지를 느끼고 싶어 아버지의 육필로 ‘태극기’라고 쓰여진 태극기 봉투를 챙겨 넣은 것입니다.

 

지금 케이프타운의 봄 같은 날이 찾아 오면 아버지 생각으로 마음 더 깊어집니다.

아버지가 하늘 나라로 거처를 옮기시던 그 해 사월,

그날도 지금처럼 봄은 조금씩 깊어져 갔을 것 입니다.

그때도 나는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멀리 나와 살고 있습니다.

 

일상이 벅차고 고단할 때면 나는 아버지의 세월로 들어가 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그 치열하셨던 일상에 공경만 할 뿐입니다.

도저히 아버지의 그 괴력 같은 힘을 흉내 한번 못 내고 이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넘어야 할 장벽이고 채워야 할 그리움이면서도 그건 넘을 수도 채워지지도 않았습니다.

 

직장이 있던 경북 울진에서 나의 수첩 한 페이지에 적어두었던 《아버지》라는 김현승의 시()가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갚을 수 없는 태산 같은 미안함과 그리움 때문이었을까요.    

오래 전 일이지만 그 시를 적어둔 수첩을 아직도 간직하고 기억합니다.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그리운 마음으로 그 시를 옮겨 봅니다.

 

아버지

 

바쁜 사람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바깥은 요란해도

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

 

                                              -김현승-

 

이젠 나도 아버지의 나이를 지나며 또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역 멀리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사모하는 마음 나누고 싶은 날 입니다.

 

희망봉에서 김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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