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에서 온 엽서
안녕 해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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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스아프리카 | Date 2016-12-05 17:41:10 | hit 2,065 |
한국은 첫눈이 왔다고 합니다.
이곳은 이제 여름의 길목이구요.
새삼 참 먼 곳에 내가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고무친인 이곳에 와서 만난 가족 멍멍이 ‘해리’가 지난 월요일 밤 저희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동물인 해리에게 저희 가족이 받았던 위로와 사랑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큽니다.
그림자 같았던 해리에게 갑자기 닥쳐온 간암과 비장암, 그리고 시한부 2주일이라는 선고.
가족 모두 해리를 너무 예뻐하고 사랑했기에 충격이 컸답니다.
언젠가는 이런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맞닥뜨리고 나니 저희들이 얼마나 무능하게 느껴지던지요.
시도 때도 없이 흘렸던 눈물은 지금도 진행 중 이랍니다.
부모님과도 아픈 이별을 했지만 그 슬픔의 색깔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이별은 언제나 슬퍼서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와 그제, 평소 해리를 'Big Boy'라 부르시던 옆집 할머니와 아주머니께서 꽃과 카드를 적어서 해리를 추억한다면서 방문하셨답니다.
한 분은 노란 장미 한 다발을, 한 분은 하얀 호접난 화분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 꽃들이 서서히 시들어 가듯 우리의 마음도 천천히 아물어 가기를 바래 봅니다.
지난 주말 해리를 기억하기 위해 화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사왔습니다.
내일 화장한 해리의 뼛가루가 도착하면 해리가 누워있곤 했던 집 마당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구덩이를 파고 해리의 재를 묻고 사과나무를 심으려 합니다.
그러고 나면 언제나 녀석과 만날 수 있겠지요.
주인이 하늘 나라에 도착하면 이승에서 함께 했던 동물이 반갑게 마중 나온다고 그러네요.
먼 훗날 그렇게 다시 해리를 기쁘게 만날 날을 기다려 볼랍니다.
안녕 해~리~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마워
해~~리~~야.
아름다운 날들 되십시오.
희망봉에서 김은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