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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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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스 아프리카 | Date 2017-10-14 00:00:00 | hit 2,248 |
남아공의 문을 여는 열쇠 중 하나는 인종분리(아파르트헤이트)다.
이 인종분리 시대는 극단의 사회 구조인 부유한 백인과 가난한 흑인으로 갈라 놓고 말았다.
백인의 부유함과 흑인들의 낙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흑과 백, 그 중간에 어정쩡한 컬러드 피플(유색인종)이 있지만 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학자 장하준이 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는 남아공의 갈라진 계층을 ‘카푸치노 사회’라고 표현했다.
하층을 가장 두껍게 차지하는 갈색 층, 그 위를 짓누르고 있는 거품 가득한 백색 층
그리고 그 위에 살짝 뿌려진 검은 코코아로 덮힌 카푸치노 커피에 빗댄 것이다.
여기에서 맨 하층의 갈색 층은 낙후된 최다수의 흑인을, 그 위를 덮는 백색 포말은 저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소수의 백인을,
맨 상층에 간간이 박혀있는 코코아는 생활이 나아지기 시작한 극소수 흑인을 칭하는 것이다.
카푸치노 커피는 소수의 흰색 포말이 가장 다수의 갈색 층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내리 덮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하부의 갈색 층이 상부의 백색 층을 뚫고 올라오기는 불가능하다.
바로 이게 문제다.
그래서 하부 층은 시도도 해보기 전부터 아예 포기하고 만다.
국가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인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이제 흑인들도 과거 백인들이 다니던 대학에도 다닐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그들에겐 대학은 여전히 ‘잘 안 어울리는 시스템’일 뿐이다.
열악한 학교 환경과 역량 부족의 교사들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명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은 희박하다.
일자리가 없는 흑인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학비를 지불할 능력도 되질 않는다.
학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기회 균등이라는 것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불평등을 줄이는 시도와 밑에 깔린 그들이 희망을 품을 기회를 갖게 해 주는 것,
이게 하나의 답이라도 될 수 있을까?
케이프타운에서